2024년 가을 아침, 구엘 공원에 가기 위해 116번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분명 예전에 116번 버스를 탔던 정류소에서 기다렸는데도 30분이 넘도록 오지 않았고, 구글맵으로 검색을 해도 관련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나에게 한 주민이 “116번 버스는 이제 길 찾기 정보에 안 나와요 . 휴일이라 늦어지는데 곧 올거예요“라고 알려주었다. 버스는 5분 뒤 거짓말처럼 도착해 기다리던 주민들을 총총히 태우고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수 있는 좁은 도로를 굽이굽이 돌며 사람들을 도착지에 내려주었다. 짐을 든 어르신, 병원을 가는 장애인 가족 등 천천히 오르고 내리는 걸음을 기다려주며 인사를 나누는 풍경이 정겨웠다.
바르셀로나 관광청에서 만난 실비아는 구엘공원에 다녀왔다는 내 말을 듣고서 116번 버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버스 노선 정보가 구글 지도에서 삭제된 건 단순히 민원 때문이 아니라 수년간 토론을 거쳐 이루어진 민주적 결정이었어요. 2019년 바르셀로나 시는 구엘 공원 근처 주민들의 출근과 통학을 보호하기 위해 116번 버스를 제외한 다른 버스들을 정문에서 1km 떨어진 정류장에 정차하도록 조정했죠. 그러자 여행자들이 구글 지도를 통해 116번 버스를 검색하고 이용하면서 마을버스가 온통 관광객들로 가득 찬 거예요.
116번 버스없이는 장을 볼 수 없는 마을 사람들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정작 버스를 못 타는 상황이 펼쳐졌어요. 이 문제는 지역사회의 의제가 되었고 수많은 토론을 통해 시의회 의결을 거쳤어요. 그리고 마침내 구글에 요청해 노선 정보를 삭제하게 되었죠.
116번 버스사례는 바르셀로나 시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관광 정책을 조정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사라진 것은 116번 버스의 노선 정보만이 아니다. 2024년 5월 바르셀로나 시장 자우메 콜보니는 2028년까지 바르셀로나를 에어비엔비 없는 도시로 만들겠다 공표한다. 앞으로 관광객에게 아파트 단기 임대를 금지하고, 공유숙박 플랫폼에 등록된 아파트 1만101 채의 임대 승인을 취소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자우메 시장은 규제의 근거로 ”지난 10년 동안 에어비엔비로 인해 바르셀로나 시내 주택 임대료가 68% 올랐고, 집 구매 비용이 38%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어비엔비 퇴출을 통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내리고 주민들에게 도시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결정에 대해 시민으로서의 의견을 묻자 지난 10년간 지속 가능 관광과 포용적 관광정책을 담당해 온 실비아는 담담히 말했다.